영상 제작 계약서 체크리스트 — 발주 담당자가 서명 전에 확인할 12가지 조항
영상 제작 계약에서 분쟁이 생기는 지점은 정해져 있습니다. 과업 범위, 수정 횟수, 대금 지급기일, 저작권 귀속, 제3자 권리, 해지 위약금 — 여섯 곳입니다. 저작권법·하도급법 조문과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서명 전에 확인할 조항을 실무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영상 제작에서 분쟁은 대개 촬영장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견적서 한 장과 이메일 몇 통으로 일을 시작한 뒤, 납품 직전에 "이건 계약에 없던 건데요"가 오갈 때 생깁니다. 수정은 몇 번까지인지, 원본 파일은 누가 갖는지, 유튜브용으로 다시 자를 권리가 있는지 — 이 셋 중 하나만 비어 있어도 프로젝트 마지막 2주가 협상으로 소모됩니다.
2016년부터 부산에서 기업·공공기관·대행사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스튜디오모락(청춘필름)이, 실제 계약서에서 반복해 문제가 되는 지점을 저작권법·하도 급법 조문과 정부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발주 담당자가 도장을 찍기 전에 확인할 조항을 실무 순서대로 짚습니다.
1. 계약서 없이 촬영을 시작해도 되나요?
시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거래 형태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법 위반입니다.
광고대행사나 규모가 큰 사업자가 영상 제작사에 일을 맡기는 구조는 상당수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의 용역위탁에 해당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가 정하는 지식·정보성과물의 범위에 영화·방송프로그램 등 영상·음성으로 구성된 성과물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수행행위를 시작하기 전까지 법정 사항을 적은 서면을 발급해야 합니다(제3조). 촬영을 먼저 돌리고 계약서를 나중에 정리하는 관행은, 적발되면 서면 미발급으로 제재 대상이 됩니다.
- 적용 판단: 원사업자란 ① 중소기업자가 아닌 사업자로서 중소기업자에게 위탁한 자, 또는 ② 중소기업자 중 직전 사업연도 연간매출액이 위탁받은 상대방보다 많은 자입니다(제2조).
- 예외: 용역위탁의 경우 연간매출액 1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자는 원사업자에서 제외됩니다.
즉 소규모 제작사끼리의 거래는 하도급법 밖일 수 있지만, 대행사·중견기업이 발주하는 순간 서면 발급은 선택이 아닙니다.
2. 과업 범위는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나요?
산출물을 개수와 규격의 목록으로 적어야 하고, 그 목록에 없는 것은 전부 추가 비용이라는 점을 양쪽이 같은 문장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홍보영상 1편 제작"은 과업 범위가 아닙니다. 최소한 다음이 특정되어야 합니다.
- 본편 규격: 러닝타임(예: 3분 ±10초), 해상도(4K/FHD), 종횡비(16:9)
- 파생본: 30초·15초 요약본, 세로형 9:16, 무음 자막본 — 각각 몇 편인지
- 촬영 회차: 며칠, 하루 몇 시간(초과 시 단가), 로케이션 수
- 인력·장비: 드론·지미집·스테디캠, 전문 배우/모델 여부, 성우 녹음 언어
- 납품물: 마스터 파일 코덱, 자막 파일(SRT), 촬영 원본(RAW), 프로젝트 파일과 소스
- 일정: 구성안·촬영·가편·최종 각 단계의 제출일과 발주사 피드백 회신 기한
마지막 항목이 자주 빠집니다. 제작사 일 정만 있고 발주사 회신 기한이 없으면, 내부 결재로 2주가 지나도 납기 지연 책임은 제작사에 남습니다. 회신 지연 일수만큼 납기가 자동 연장된다는 문장을 넣으세요.
3. 수정은 몇 번까지 무료인가요?
횟수만 정하면 분쟁이 남습니다. 횟수·범위·창구·기한을 함께 정의해야 합니다.
- 단계별 무상 수정 횟수: 구성안 2회, 가편 2회, 최종본 1회처럼 단계로 끊습니다.
- 1회의 정의: 취합된 피드백 1건을 1회로 봅니다. 담당자별로 따로 오는 의견은 1회가 아닙니다.
- 단일 창구: 발주사가 의견을 취합해 지정 담당자 1명이 서면으로 전달합니다.
- 확정의 효력: 승인된 구성안·가편으로 되돌아가는 요구(콘셉트 변경, 출연자 교체, 재촬영)는 무상 수정이 아니라 변경계약 사항입니다.
- 초과 단가: 회당 금액 또는 인시 단가를 미리 적습니다.
구두 지시로 과업을 늘리고 정산하지 않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흔한 마찰입니다. 추가·변경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세요. 하도급법 적용 거래에서는 추가·변경위탁에도 서면 발급 의무가 있습니다.
4. 대금은 언제, 어떻게 지급해야 하나요?
지급 시점의 기준일을 무엇으로 잡는지가 핵심입니다. "납품 후"가 아니라 "검수확인서 발급일" 또는 "목적물 수령일"처럼 다툼이 없는 날짜여야 합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 지급기일: 목적물등의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한 날까지 지급(제13조)
- 지연이자: 60일을 넘기면 초과기간에 대해 공정위 고시 이율에 따른 이자. 현행 고시 이율은 연 15.5%입니다.
- 기성금 전달: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준공금·기성금을 받으면, 해당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 어음 지급 시: 할인이 가능한 어음이어야 하고, 교부일부터 만기일까지의 할인료를 교부일에 지급해야 합니다.
세금과 정산 항목
- 부가가치세 10%: 견적은 대개 VAT 별도입니 다. 예산을 견적 금액 그대로 잡으면 계약 단계에서 10%가 부족해집니다.
- 원천징수: 제작사가 프리랜서 스태프에게 지급할 때 사업소득 원천징수 3.3%(소득세 3% + 지방소득세 0.3%)가 적용됩니다. 2026년 현재 이 세율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 대금 구조: 선금·중도금·잔금 비율과 각 지급 조건(계약 체결 시, 촬영 완료 시, 검수 완료 시)을 조항으로 고정합니다.
5. 저작권은 계약서에 뭐라고 써야 발주사 것이 되나요?
"저작권 일체를 갑에게 양도한다"는 문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한 줄 때문에 나중에 재편집을 못 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할 세 문장
첫째,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명시합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전부 양도라고 써도, 특약이 없으면 재편집 권리는 제작사에 남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반대로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영상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원본과 프로젝트 파일의 인도를 산출물에 넣습니다. 권리만 받고 촬영 원본·편집 프로젝트·BGM 소스를 못 받으면 실제로는 손댈 수 없습니다.
셋째, 저작인격권을 다룹니다. 저작권법 제14조상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여 양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양도 대신, 성명표시(크레딧) 방식과 동일성유지권 행사에 관한 합의를 조항으로 둡니다.
제100조 특례를 오해하지 마세요
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은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으면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영상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제2조 제14호)입니다. 통상의 외주 제작에서 이 지위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발주사는 이 조항으로 자동으로 권리를 얻지 못합니다. 감독·촬영감독 등 협력 스태프의 권리가 제작사에게 모이는 규정일 뿐입니다. 발주사가 권리를 가지려면 계약서에 양도를 적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 발주라면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관련 절차는 공공기관 영상 발주 실무 가이드에 별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6. 음원·폰트·출연자 초상권은 누가 책임지나요?
제3자 권리 처리 책임을 제작사 부담으로 명시하고, 제작사가 사용 내역과 라이선스 증빙을 제출하도록 적는 것이 표준입니다.
- 음원: 배경음악은 상업적 이용 범위, 매체(방송/온라인), 기간이 라이선스마다 다릅니다. 무료 음원이라도 광고 목적 사용이 금지된 경우가 있습니다.
- 폰트: 영상에 임베딩하는 사용은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 스톡 영상·이미지: 라이선스 등급(에디토리얼 전용 여부)을 확인해야 합니다.
- 출연자: 임직원·시민 출연자에게도 사용 매체·기간·2차 활용 범위를 적은 초상권 사용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 유명인 기용: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초상·음성·서명 등을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합니다. 모델 계약의 사용 기간이 끝난 뒤에도 영상을 계속 게시하면 이 문제가 생깁니다.
계약서에 "제3자 권리 침해로 발주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제작사가 면책·배상한다"는 면책 조항과, 사용 소재 목록(음원·폰트·스톡) 제출 의무를 함께 넣으세요. 목록이 없으면 면책 조항은 사후에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7. 촬영이 취소되거나 납기가 늦으면 누가 얼마를 부담하나요?
해지 시점별 정산율과 지체상금률을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발주사 사유의 취소
장비·스태프·스튜디오·항공 촬영 허가는 임박 취소 시 환불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촬영일 기준으로 구간을 나눕니다.
- D-7 이전 취소: 기획비 및 실비 정산
- D-3 이내: 확정된 스태프·장비 비용 전액 + 기획비
- D-1 또는 당일: 해당 회차 촬영비 전액
기상 악화·천재지변처럼 양측 귀책이 아닌 사유는 연기 우선, 실비 정산으로 별도 항목을 두는 편이 분쟁이 적습니다.
제작사 사유의 납기 지연
공공 계약에서는 지체상금률이 법정되어 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5조는 용역의 지체상금률을 1천분의 1.25로 정합니다. 계약금액 5,000만원 계약이 10일 지체되면 5,000만원 × 0.00125 × 10일 = 62만 5천원입니다.
민간 계약은 자율로 정하지만, 기준점이 없을 때 이 요율을 참고하면 협상이 빨라집니다. 다만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일당 5%처럼 과도한 요율은 계약서에 있어도 그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한(예: 계약금액의 10~30%)을 함께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8. 대행사가 제작사에 맡길 때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대행사는 발주사에 대해서는 수급인이지만, 제작사에 대해서는 원사업자가 됩니다. 의무가 양방향으로 생깁니다.
- 용역수행 시작 전 서면 발급(제3조)
-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 대금 지급, 초과 시 연 15.5% 지연이자(제13조)
- 발주자로부터 기성금 수령 시 15일 이내 하도급대금 지급
- 부당한 위탁 취소, 부당 감액, 기술자료 요구 금지
과거 공정위는 광고대행사가 광고제작사에 기획안·시안을 무단 도용하거나 대금을 사후 정산·지연 지급하는 관행을 문 제 삼아 광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한 바 있습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탈락한 제작사의 시안을 다른 업체에 넘겨 구현하는 행위는 이 지점에 정확히 걸립니다.
대행사 협업 구조에서는 계약서에 시안·기획안의 저작권 귀속(탈락 시 제작사 보유)과 비딩 보상(피칭피) 조항을 넣는 것이 서로에게 안전합니다.
9. 서명 전 최종 체크리스트 12항목
- 산출물이 개수·규격·러닝타임으로 특정되어 있는가
- 파생본(요약본·세로형·자막본)이 목록에 있는가
- 촬영 회차와 초과 시 단가가 있는가
- 단계별 무상 수정 횟수와 1회의 정의가 있는가
- 발주사 피드백 회신 기한과 지연 시 납기 연장 조항이 있는가
- 대금 지급 기준일이 검수확인서 발급일 등으로 특정되어 있는가
- 부가세 별도/포함이 명시되어 있는가
- 저작재산권 양도에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이 적혀 있는가
- 촬영 원본·프로젝트 파일·소스가 납품 목록에 있는가
- 제3자 권리(음원·폰트·스톡·초상권) 책임과 소재 목록 제출 의무가 있는가
- 해지 시점별 정산율, 지체상금률과 그 상한이 있는가
- 하도급법 적용 거래라면 서면 발급 시점과 60일 지급기일이 반영되어 있는가
표준계약서를 처음부터 쓸 필요는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방송프로그램 제작, 방영권 구매, 제작스태프 근로·하도급·업무위탁, 방송작가 집필 등)와 영화 근로표준계약서를 공개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급합니다. 조항 구조를 가져와 위 12항목을 채우는 방식이 실무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계약서 없이 촬영을 먼저 시작해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행사가 제작사에 위탁하는 거래가 하도급법 적용을 받으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수행행위를 시작하기 전까지 법정 사항을 적은 서면을 발급해야 합니다(하도급법 제3조). 구두 발주 후 서면을 늦게 주면 그 자체가 법 위반입니다.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으면 마음대로 재편집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을 명시해야 재편집·요약본 제작 권리가 확보됩니다.
수정 횟수는 몇 회로 정하는 것이 적정한가요?
횟수만 정하면 분쟁이 남습니다. 단계(구성안·가편·최종)별 무상 수정 횟수, 1회 수정의 범위, 피드백 취합 창구와 회신 기한, 초과 수정의 단가를 함께 적으세요. 확정된 단계로 되돌아가는 요구는 유상으로 구분합니다.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라면 원사업자는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초과기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현행 고시 이율은 연 15.5%입니다.
촬영 하루 전에 취소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나요?
계약서에 해지 시점별 정산 기준이 있으면 그에 따릅니다. 장비·스태프·장소는 임박 취소 시 환불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촬영일 기준 D-7, D-3, D-1 구간별 기성 정산율을 미리 적어 둡니다.
영상 제작에도 표준계약서가 있나요?
영상 제작 전반을 다루는 단일 표준계약서는 없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분야 표준계약서와 영화 근로표준계약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광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조항 구조와 문구를 가져와 자사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계약서까지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
스튜디오모락은 견적서를 낼 때 산출물 목록, 수정 횟수, 저작권 귀속(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원본· 프로젝트 파일 인도 범위를 문서로 함께 제시합니다. 발주 담당자가 내부 결재와 감사에 그대로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대행사 협업 건은 하도급법상 서면·지급기일 요건을 반영한 계약 흐름으로 진행합니다.
